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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흑돼지 먹고 더위 이기기…‘순수 진안’순수하고 정 많은 사람들…일상에 지쳐 있던 심신이 사르르
공무원뉴스 | 승인 2017.06.04 13:13
반월호와 마이산.

운일암, 반일암, 운장산 자연휴양림, 백운계곡 등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는 진안의 수려한 계곡들이다. 시원함은 계곡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래재의 메타세쿼이아 길, 단양호와 반월호 물속에 반영되는 마이봉에 매료돼도 더위는 잊는다. 해 질 녘, 가로등 불빛이 켜지고 오후 9시만 돼도 조용해지는 소읍. 하루 종일 순수하고 정 많은 진안 사람들을 만난 그날. 일상에 지치고 지쳐 있던 심신이 사르르 녹는다.

사람 심리란 게 청개구리와 많이 닮은 듯하다. 완주군 소양면에서 모래재 옛길로 접어들면서 든 생각이다. 소태정 고갯길에 4차선 도로가 개통(1997년)되기 전까진 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어쩔 수 없어 모래재를 넘어설 때면 짜증스러움에 미간을 좁혔다. 그 옛길을 이제는 일부러 찾는다.

차량이 줄어들면서 ‘아름다운 길 100곳’ 중 하나로 선정된 모래재. ‘모래로’의 초입, 양안으로 단풍나무 가로수가 멋지게 휘어진 길에 매료돼 차를 멈춘다. 진안과 경계를 이루는 터널까지 5km 남짓한 ‘구불 길’을 따라가면서도 몇 번이나 숨 가르기를 한다. 휘어진 길에 주화산(珠華山, 565m)이 풍경을 덧댄다. 해발 400m 즈음에 있는 터널이 완주군과 진안군의 경계를 나눈다. 도로는 급격하게 완만해진다. 부귀면 세동리에 이르면 요즘 한창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이다. 영화 ‘곡성’, ‘국가대표’,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 등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세동리 큰터골 마을에서 원세동 마을까지 고작 1.5km 구간이다. 담양이나 순창의 멋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에 비하면 수령도 약하고 길이도 짧지만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순수’다. 다른 유명지는 이미 손때가 타서 입장료까지 받고 있지만 이곳은 이제야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진안 사람들이 외부 여행객들에게 보여주는 ‘순박함’과 닮은 길이다.

진안 고원시장 현지인과 수다가 즐겁다

읍내 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앞에 ‘진안고원시장’이 있다. 조선시대, 교통 불편하고 첩첩한 진안의 5일장은 중요한 물물교환 장소였다. 시대는 바뀌어간다. 산업화, 도시화, 용담댐 건설 등으로 인구가 급감하면서 재래장의 명맥은 사라졌다.

진안군에서는 2010년에야 고원을 테마로 상설장을 만든다. 고원시장은 재미있거나 현혹적이지 않다. 그러나 분명히 진안만의 특색이 있다. 홍삼 등 약재 상가를 제외하고도 용담호에서 잡힌 자연산 민물고기, 풍혈, 냉천에서 공수 해온 깐 다슬기, 세탁소에나 있을 법한 재봉틀과 오버로크(Overlock) 놓고 옷 수선하는 집, 아들이 ‘뒤로 걷기’로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신문 기사를 붙여놓은 건어물 가게, 거대한 무쇠 솥을 켜켜이 쌓아놓은 상가 등이 눈길을 끈다.

진안 읍내.
진안 읍내.

특히 발길을 멈추게 하는 곳은 등산복 코너다. 마치 색동저고리를 연상케 하는 ‘형형색색’의 옷 진열대를 보면 절로 미소가 번진다. 분명코 이 지역 사람들이 선호하는 옷 색일 터. 주인 말고도 두 명의 아낙이 있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 염치 좋게 수다를 떤다. 진안 사람들만이 구사할 수 있는 사투리 억양에 따뜻함이 물씬하다. 상설 장을 비껴나면 일렬로 ‘착한 식당’이 대여섯 집 몰려 있다. 건물 밖으로 나가면 읍내를 휘도는 진안천(川)이 보인다. 장날(4일, 9일)이 되면 구석구석 산간마을에서 바리바리 물건을 싸들고 온 할머니나 아낙들이 난전을 펼친다.

한낮의 열기를 식히려 마켓용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홍삼한방센터로 간다. 실내로 들어서면 상점들이 길게 이어진다. 손님은 없고 상인뿐이다. 상인에게 몇 마디 말을 붙였을 뿐인데 시원한 오미자 한 잔을 서비스로 준다. 또 다른 상점에서는 비싼 홍삼액을 준다. 홍삼사탕은 공짜다. 때마침 관광버스에서 우르르 내린 손님들은 바닷가 ‘파시’처럼 반짝 물건을 구입하고 떠나버린다.

또다시 상인만 우두커니 남는다. 홍삼 엑기스를 준 가게에 들러 저렴한 주천면 황기 한 다발을 샀을 뿐인데 홍삼 젤리 한 봉지가 서비스 된다. 아방가르드한 옷차림을 한 여주인은 ‘진안 홍삼 센터’를 찾아줘서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정작 ‘삼’ 한 뿌리 사주지 않은 손님에게도 살갑게 대해주는 상인의 판매 방식이 고맙다.

진안은 국내 최초, 국내 유일한 홍삼 한방 특구(2005년 지정)다. 2013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홍삼 축제를 개최했다. 해발 고도 400m 고지대의 사질 토양에서 자라는 진안 인삼은 품질이 뛰어나다. 일교차가 커 인삼의 생육 기간이 다른 지역보다 60여 일 더 길다. 그래서 조직이 치밀하고 맛과 향이 진하며, 주성분인 사포닌과 진세노사이드 성분을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진안 재래시장에 나온 인삼.
진안 재래시장에 나온 인삼.

마이산 북부 예술관광단지 먹거리촌

진안의 독보적인 여행지는 마이산 도립공원이다. 읍내에서는 북부 지구로 접근한다. 2013년 7월, 전라북도 동부권 신발전 지역 투자 촉진 지구로 승인 받아 북부 예술관광단지로 거듭났다. 여느 관광지와 차별화되지 않았던 음식점 단지는 ‘귀여운 돼지’를 테마로 조성했다. 길거리 지킴이, 화분 등이 모두 돼지 일색이다. 돼지가 반갑게 눈웃음치니 절로 웃음으로 화답하게 된다.

역사박물관, 가위박물관, 산약초 타운 등 볼거리가 많다. 특히 관심을 끄는 곳은 사양제 생태 수변공원. 나무 데크 길을 따라 산책하면 간간이 힘차게 분수가 솟구친다. 사양제 물속으로는 마이산에 우뚝 솟은 두 봉우리(말의 귀)가 반영(反映)한다. ‘모든 말 들어주마.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보렴’ 하는 듯 귀를 쫑긋댄다.

이어 읍내에서 가장 높은 성뫼산(361.9m)을 향해 간다. 원래 테뫼식 산성(479.5m)이 있었지만 체육공원을 조성하면서 흔적조차 사라져버린 곳. 몇 계단만 오르면 성산정이다. 정자 앞에 서니 또 ‘말의 두 귀’가 선명하게 보인다. 몸을 움직이면서 진안 읍내도 조망한다. 말 많고 탈 많은 성뫼산이지만 마이봉을 볼 수 있는 멋진 조망대인 것은 확실하다. 일출이 멋진 곳이란다.

해 질 무렵, 반월제로 간다. 거쳐 가야 하는 원단양마을의 당산 숲이 멋지다. 돌탑 2기, 당산 누각이 있는 자그마한 숲은 야영을 하면 좋을 듯하다. 진안 농업기술센터를 거쳐 ‘반월제’에 이른다. 마이산을 볼 수 있는 뷰포인트로 사진 찍기 좋은 곳이라는 안내와 함께 나무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마이산의 ‘두 귀’는 아니지만 저수지 깊숙이 잠긴 봉우리와 주변의 시골 풍경의 매력만으로도 충분하다. 사위는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다. 수박 농사에 여념 없는 농부 부부, 팔순이 넘었어도 허리가 구부러지지 않은 건강한 할머니, 반월제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젊은이 두 명. 낚시꾼은 카메라를 향해 잡힌 물고기를 흔들어댄다. 그에게 친근한 척 소리친다. “이봐요, 무슨 물고기를 잡았나요?” “베스요.” 그냥 손맛 즐기러 온 그들은 호수에 물고기를 놓아준다. 해는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반월호에 빠진 마이산 반영은 나그네의 발길을 부여잡고 있다.

가족·연인과 함께 걷기 좋은 원단양 숲길.
가족·연인과 함께 걷기 좋은 원단양 숲길.

 

흑돼지가 별미라는 진안에서 저녁을 먹으러 읍내에 있는 식당을 찾아나서는 길. 가로등 불이 하나둘 켜지고 있다. 천변을 따라 가로등 불빛이 현란하게 물빛을 흔들어댄다. 홍삼을 테마로 한 전등갓에 그려진 그림이 마치 오염한 여인의 몸체로 보인다. 진안읍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는 식당에서 환상적인 저녁을 먹고 식당을 나선 시간은 저녁 9시. 사람 발길이 거의 끊어진 그 시간에 ‘나 지금, 유럽의 작은 소도시에 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지치고 지친 긴 배낭여행 중에 오아시스처럼 만난 소읍에서 느꼈던 평화로움. 진안에서 만났던 순박한 사람들의 얼굴이 스친다.

시장 등산복 가게에서 만났던 아주머니는 귀머거리 남편 때문에 우울증이 왔다고 했다. 이런저런 위로의 말에 ‘수줍은 미소’를 보여줬던 그녀는 ‘진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저 정보 좀 알려고 군청에 전화한 것뿐인데 직접 나와 음료수를 사주던 홍보 직원이었다. 그 순간 긴 세월 틀에 박힌 직업의 고정관념 탓에 진정한 여행을 놓쳤다는 것을 깨닫는다. 진정한 여행의 묘미는 ‘사람 냄새’에 있는 것. 순박함과 정만큼 강한 여행 트렌드는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진안 사람들. 오래 간직되길 빌어본다.

 여행 정보
 

 

 

 

별미집 진안의 음식 테마는 흑돼지다. 읍내의 깡통삼겹살(063-433-9438)은 지역민들이 즐겨 찾는 숨은 맛집이다. 두툼한 흑돼지는 물론 밑반찬이 독보적이다. 진한 참기름이 고기의 고소함을 더해준다. 영양돌솥밥과 돼지주물럭이 소문난 귀자식당(063-433-9879)도 지역민들에게 소문난 맛집으로 점심때만 운영한다. 또 버스터미널 근처에 있는 제일식당(063-433-2246)은 피순대가 맛있다. 추가 밑반찬은 셀프로 원 없이 가져다 먹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시장 속 식당들은 ‘착한 식당’으로 지정된 곳들이다. 또 마이산 먹거리촌에도 식당이 많다.

숙박 정보 하룻밤을 유하려면 읍내보다는 계곡이 있는 시원한 곳을 권한다. 데미샘 자연휴양림(063-290-6993, 백운면 데미샘1길 172), 운장산 자연휴양림(063-432-1193, 정천면 휴양림길 77)이 있다. 그 외 용담호 주변이나 관광지에 펜션들이 여럿 있다. 또 백운동 계곡에는 관광농원이 있다.

글 · 이신화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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