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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반, 다람쥐 반 ‘순창 강천산’산림청 선정 전국 100대 명산…트레킹 최적 장소로 각광
공무원뉴스 | 승인 2017.06.18 15:13
강천산 구름다리. 다리를 건너면 나무계단이 전망대까지 이어진다.

전북 순창군의 내로라하는 강천산(584m) 군립공원은 산림청 선정 전국 100대 명산 중 하나다. 특히 강천산은 트레킹의 최적 장소로 각광받는다. 길에 모래를 뿌리는 등 맨발로 걸어도 좋을 만큼 평평하게 잘 다듬어놓았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이라 경사도 없다. 구장군폭포까지는 남녀노소 누구나 거뜬하게 걸어갈 수 있다. 청아한 계곡, 힘차게 내리꽂는 폭포 물줄기,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강천산의 매력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잠시 어리석은 잔머리를 쓴다. 강천산은 매표소부터 걸어야 한다는 것을 이미 알기에 새벽 시간을 노린다. 일찍 가면 차량 이동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던 것. 오전 7시경 순창읍내에서 강천산으로 향한다.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이어져 있다. 지나치게 유명해진 담양군보다 뒤처진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길이다.

강천산을 거의 앞둔 길목에서 만난 차량들의 느낌이 뭔가 부산스럽다. 트럭 뒤에는 다량의 물통이 실려 있다. 대부분은 강천산 음용 온천수에 멈춘다. 한국물학회는 이 온천수를 2011년과 2012년 ‘한국의 좋은 물’로 선정했다고 한다. 특히 당뇨 환자에게 특효가 있어 실제로 효과를 봤다는 보도가 언론매체에 대대적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순창군은 건강장수과학특구(인계면 쌍암리)를 조성할 계획이며, 현재 사업비 25억 원을 확보해 설계·용역 중이라고 하니 당뇨 치유 메카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을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강천산 음용수를 퍼 가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큰 물통을 바리바리 싸들고 찾아오는 사람들. 욕심껏 다량의 온천수를 퍼 가지 못하도록 ‘지킴이’가 있다. 거대한 수도꼭지에서 온천수가 콸콸 쏟아져 나온다. 과유불급. 그저 한 모금이면 충분하다. 물은 미지근하고 찝찔한 맛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걸을 수 있는 계곡 옆길

강천산 입구를 앞두고 저수지를 만난다. 강천산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이 고여 이뤄진 저수지. 푸른 물빛이 충분히 매력적이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물이 맑다. 강천산 입구, 여느 관광지가 그렇듯 음식점이 줄을 잇는다.

시간이 일러서 지역 특산물을 내놓는 아낙들의 난전이 아직 펼쳐지지 않았다. 매표소 앞에 주차를 한다. 이 시간에 매표소가 열리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은 틀렸다. 일찍부터 매표 직원이 나와 있다. “꿈도 야무져”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일 게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산을 보호하려면 차량 출입 통제는 기본인 것을. 얕은 잔꾀를 부린 것이 부끄럽다.

트레킹을 하기 위해 등산화로 바꿔 신고 카메라 장비를 다소 편하게 갖고 가기 위해 배낭을 멘다. 몇 년의 세월이 흐른 뒤 다시 찾았는데도 산이 내뿜는 기운은 더 신선하다. 일찍부터 차량 통행을 일절 막았기에 얻은 성과리라. 얼마 걷지 않아 강천산의 ‘매력 덩어리’인 병풍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우측 가파른 암석을 타고 물줄기가 쏟아진다. 깎아지른 듯한 암석을 타고 떨어지는 40m, 30m의 두 개 물줄기. “우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멋진 풍치다. 물이 불어나는 날이면 이 폭포수는 하얀 물방울을 튕기면서 허공에 흩뿌릴 것이다. 햇살에 부딪혀 무지갯빛을 연출해내면 눈이 시려 실눈을 떠야 하리라. 그래서 이 바위 밑을 지나는 사람의 모든 죄가 다 씻겨나간다는 전설이 있나 보다. 폭포를 지나서도 계곡이 계속 이어진다. 얼마나 물이 맑은지 물고기가 떼로 유영한다. 물 반, 고기 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푸른 신록에 반하고 계곡 물소리에 발걸음이 가볍다.

한여름에는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산책을 나선 사람들로 더욱 북적댈 것이다. 강천사를 앞두고 하늘을 향해 쑥쑥 솟은 메타세쿼이아 길을 만난다. 산속에서 보기 드문 인공나무 길이 멋지다. 쉬어가라고 나무 밑에는 벤치가 있고 흙다리를 건너면 부도밭이 있다.

구장군폭포.
구장군폭포.
다람쥐 천국. 등산객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유자재로 활보하는 다람쥐가 지천이다.
다람쥐 천국. 등산객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유자재로 활보하는 다람쥐가 지천이다.

천년 고찰 강천사와 삼인대 유적지

곧 강천사 일주문인 강천문을 만난다. 신라 진성여왕(887년) 때 도선국사가 세운 고찰로 전북 고창 선운사의 말사다. 원래 이름은 ‘복천사’인데 산세가 용이 꼬리를 치며 승천하는 형상이라 하여 ‘용천사’로 불렸다. 한때는 500여 수도승이 거하고 12개 암자가 있을 정도의 대찰이었다. 영조 36년(1760년)에 편찬된 〈옥천군지〉에는 명적암, 용대암, 연대암, 왕주암, 적지암 등 5개 부속 암자가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왕주암은 후삼국의 분쟁이 한창이던 때 왕건이 이 암자에서 유숙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후 임진왜란 때 사찰 건물이 모두 소실됐다가 1604년 태능(太能)이 중창했다. 그 후에도 한국전쟁 등으로 훼손된 것을 여러 차례 중창, 불사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현재 대웅전, 보광전, 관음전, 요사채 등의 건물이 있고 새로운 이층 전각이 생겼다. 대웅전 앞에는 삼층석탑(전라북도 유형문화재 92호)이 있고 석탑 북쪽 약 1m 지점에는 중대석과 보주만이 남은 석등이 있다. 창건 이래 긴 연륜의 흔적을 보여주는 것은 작고 여전히 초루할 정도로 소박해서 더 친밀한 강천사다. 천 년 묵은 지네와 거지, 승려, 돈에 얽힌 전설 등을 간직하고 있다. 사찰 경내는 다람쥐 천국이다. 이렇게 많은 다람쥐가 사찰 경내를 누비고 다니는 모습은 난생처음  본다.

사찰 바로 앞, 개울 건너에는 삼인대(전라북도 유형문화재 27호)가 있다. 삼인대는 조선 중종(1506∼1544년) 때 순창군수 김정과 담양부사 박상, 무안현감 유옥이 모여 중종의 폐비 신씨 복위를 상소하는 글을 썼던 곳. 삼인대로 가는 다리 앞, 노거수 모과나무(전라북도 기념물 97호)가 있다. 강천사의 한 스님이 심었다는 모과나무는 가을이면 주렁주렁 열매를 맺으리라.

이어 조금 더 걸으면 홍화정을 만난다. 이곳에서 산행길을 선택해야 한다. 구름다리와 신선봉 전망대 가는 길과 구장군폭포, 광덕산(565m), 산성산(603m)으로 오르는 길의 갈림길이다. 두 군데 다 놓치면 아쉬울 풍경들이다. 선택은 자유다. 가족 여행객이라면 구장군 쪽을 택할 것이고, 구름다리의 풍치를 즐기고 싶다면 당연히 약간의 가파름을 감수할 것이다.

이번 여행길은 험한 구름다리(현수교, 50m) 쪽이다. 월출산, 대둔산 현수교와 함께 호남의 3대 구름다리 중 하나로 손꼽힌다. 때 이르게 찾아온 등산객도 없는 다리. 다른 사람의 무게중심이 전혀 없는데도 다리 중간에 이를 즈음에는 흔들거림이 몸으로 느껴진다. 난간을 잡은 양손에 자꾸만 힘이 들어간다. 다리를 건너면 나무 계단이 전망대까지 이어진다.

강천산 계곡의 봄.
강천산 계곡의 봄.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앞만 보고 걸어야  한다. 신선봉 전망대까지 기껏 600m. 하지만 과장 없이 땀을 비 오듯 쏟아내야 만날 수  있다. 전라도 사투리로 ‘오지게’ 땀을 빼야만  한다. 전망대에 이르면 삼선대라고 적힌 조악한 정자가 있다. 강천산 산세를 휘돌아보고 강천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 흘린 땀이 아깝지 않을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오름이 있으면 내림이 있는 법. 하산길은 여유롭다. 그제야 하나둘 등산객과 조우하고 오래된 친구처럼 서로 인사를 나눈다. 서울에서 온 커플, 인천에서 온 젊은 여성 직장인, 경상도에서 왔다는 노부부,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온다는 광주 할아버지 3인방 등. 특히 이곳에는 등산객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유자재로 활보하는 다람쥐가 지천이다. 이렇게 많은 다람쥐가 뛰어다니는 곳을 아직 보지 못했다. 찾고 또 찾아도 자꾸만 그 진가가 높아지는 곳, 바로 강천산이다. 계절 불문하고 사철 아름다운 강천산. 단언컨대 살아생전 꼭 한 번은 가봐야 할 훌륭한 산이다.

여행정보

트레킹 코스
전망대(총거리 2km) 코스 : 강천산 주차장(매표소) > 병풍폭포(0.1km) > 강천사 일주문, 강천사(1km), 삼인대 > 홍화정(0.2km) > 현수교(구름다리 0.1km) > 신선봉 전망대(0.6km)/구장군폭포 코스(총거리 2.5km) : 홍화정 갈림길 > 구장군폭포(1km)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천안분기점 > 논산·천안간 고속도로(논산분기점) > 호남고속도로 서전주IC > 전주 국도 대체우회도로(자동차 전용도로) > 27번 국도 이용 > 순창읍내 사거리에서 우회전 담양 방면 24번 국도로 2.8km > 백산리(고추장 단지 부근)에서 우회전 > 793번 지방도로로 7km 지점 > 강천 저수지를 끼고 좌회전 > 강천산 진입로.

천 별미집
강천산 근처에 산채, 오리 음식점이 대부분. 그중 이번 여행길에 발견한 구룡가든(순창군 팔덕면 강천로 124, 063-652-2929, 오리·토종닭 등)은 인근 지역민에게 이미 소문이 자자한 곳. 주 요리는 물론이고 밑반찬도 훌륭하다. 또 읍내에는 새집(063-653-2271)을 비롯해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잘 차려주는 한식집이 많다. 순창터미널 인근 골목에 있는 창림동두부마을(063-652-8773)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두부를 만든다. 간단히 한 끼 먹기에 적절한 식당이다.

숙박 정보
회문산 자연휴양림(063-653-4779, 4781)이 있다. 이곳은 숙박 말고도 역사관이나 목공예 체험관을 운영해 아이들과 동반하기에 좋다. 또 순창장류체험관(063-650-1565)은 체험을 하면 숙박이 가능하다. 그 외 강천산 입구나 순창읍내의 모텔 등을 이용하면 된다.

주변 볼거리
순창읍에서는 5일 장터(1일, 6일, 순창읍 담순로)가 열린다. 장옥이 남아 있고 피순대집은 매일 문을 연다. 또 순창에서 강천사 가는 길목에 고추장 민속마을(순창읍 민속마을길)이 있다. 수많은 항아리에는 고추장, 된장, 간장 외 여러 가지 장아찌가 햇살에 맛있게 익어간다. 찹쌀, 보리, 매실, 복분자 등 다양한 고추장을 판매하는데 시식도 가능하다. 민속마을 뒤쪽에 자리한 순창장류체험관에서는 장류 요리, 고추장 만들기를 체험해볼 수 있다(10명 이상 단체만 가능). 그 밖에 섬진강 상류인 장군목 쪽도 여름 나기에 좋은 곳이다.

글 · 이신화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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