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식으로 진행되는 정부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를 놓고 부처 공무원들의 고심이 깊다. 통상적 보고를 최소화하고 핵심 정책의제만 추려 집중적으로 토론하는 방식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괴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시작으로 오는 31일까지 업무보고를 받는다. 문 대통령이 핵심 정책토의를 주문하면서 '보고 10분, 토론 50분'으로 준비했다.

첫 날 보고회에선 40여분, 두번째 보고일정인 외교·통일부의 업무보고에선 예상시간을 1시간 이상 넘겼다. 25일 진행되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보고회도 예외는 아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후 2시에 시작해 4시에 끝날 것으로 계획하고 있지만 기존 사례로 보면 토론시간이 더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적 보고회에 맞춰 시나리오(?)를 준비한 부처 공무원들이 뒤늦게 변화된 토론방식에 적응하면서 종료시간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각본에 따라 진행상황을 관망하던 공무원들이 뒤늦게 토론에 참여하기 시작한다"면서 "처음 도입한 방식에 대한 예열시간이 필요한 셈"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 정치권 인사들이 발언내용과 순서 등을 정한 정부의 시나리오를 깨는 시도도 시간을 늘리는 원인이다. 문 대통령은 23일 외교·통일부 토의에서 한·미동맹 강화에만 초점을 맞춘 북핵 및 미사일 해법에 대해 '창의적 외교' '발상의 전환' 등을 주문했다. 임종석 비서실장과 장하성 정책실장이 중간중간 던지는 문답도 준비한 각본을 흔드는 사례이다.

정부 관계자와 여당 의원이 예정에 없던 논쟁을 벌이는 모습도 나타났다. 23일 보고회에서 이낙연 총리와 심재권 국회 외통위원장이 '동독 주민의 서독 이주정책'의 한반도 적용 가능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나리오를 쳐다보면 공직자들도 토론에 관심으로 보이고, 직접 참여하는 횟수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토론의 활성화는 거꾸로 업무보고를 앞둔 부처에겐 두배의 고민을 안긴다. 문 대통령과 참모진, 여당측 인사들은 자유토론 방식에 익숙하지만 공무원들의 사정은 다르다. '시나리오 없는 토론회'에 대한 시나리오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부처의 간부 공무원은 "회의 진행을 위한 시나리오 말고는 정책내용 숙지에 집중하자고 하고 있는데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어서 애를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출처 : 내일신문

공무원뉴스  webmaster@korea-news.com

<저작권자 © 공무원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